AI 실험실

AI가 만들어준 자동화 프로그램, 숫자를 믿어도 될까요

goofy·2026. 9. 15.·약 8분 읽기

AI는 코드를 써주지만 무엇이 틀렸는지는 모릅니다.

정산 프로그램의 수수료 부호 하나에서 막혔습니다.

만들기 전에 이미 무료로 되는지부터 보세요.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 만들기, 숫자가 채워졌지만 맞는지 확인하는 장면

무엇을 만들려고 했나

판매 채널이 여러 곳이면 매달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채널마다 정산 파일을 내려받고, 엑셀에 붙이고, 수수료를 빼고, 원가를 맞춰 남은 돈을 봅니다. 반나절이 갑니다.

이건 자동화의 교과서 같은 조건입니다. 입력이 정해져 있고, 계산 규칙이 있고, 매달 반복됩니다. 실제로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 만들기를 검색해보면 이런 일을 직접 해냈다는 글이 줄줄이 나옵니다. 자동화가 실제로 무엇으로 이루어지는지는 AI로 자동화했다는 회사들, 대체 뭘 만든 걸까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AI에게 설명했습니다. 정산 파일을 읽어서, 기간을 잘라, 수수료를 빼고, 표로 만들어 달라고.

AI가 실제로 해준 것

기대보다 잘했습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파일을 읽는 부분이 특히 그랬습니다. 국내 플랫폼에서 내려받은 파일은 한글이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 방식으로 저장된 파일이라 그렇습니다. 이걸 제대로 읽는 코드를 라이브러리 없이 써냈습니다. 제가 직접 했다면 검색부터 시작했을 부분입니다.

반복 실행도 붙여줬습니다. 매주 정해진 시각에 저절로 돌아가고, 실패하면 알림이 옵니다. 하루 이틀 걸릴 일이 몇 시간에 끝났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성공입니다. 표가 나왔고, 합계가 채워졌고, 에러가 없었습니다.

AI가 만든 자동화 파이프라인이 파일을 읽어 표로 만드는 과정

그런데 숫자가 틀렸습니다

샘플 파일 여덟 건으로 연습 삼아 돌려봤습니다. 취소가 섞인 건에서 금액이 어긋났습니다.

원인은 부호 하나였습니다. 플랫폼은 취소 건의 수수료를 파일에 적어주는데, 어떤 곳은 양수로 적고 어떤 곳은 음수로 적습니다. 같은 뜻인데 표기가 다릅니다. AI가 쓴 코드는 파일에 적힌 부호를 그대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취소된 주문에서 수수료가 돌아오지 않고 한 번 더 빠졌습니다.

물건을 팔지 않은 달에 손실이 찍혔습니다. 합계는 멀쩡히 채워져 있었고요.

이런 게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막힌 곳 어떻게 틀렸나
수수료 부호 취소 건에서 수수료가 환급되지 않고 두 번 빠졌다
항목 이름 맞추기 배송비로 찾으니 배송비 포함 세트까지 걸려 상품 매출이 다른 칸으로 갔다
같은 파일 두 번 실수로 한 번 더 넣었더니 매출이 두 배가 됐다
매출 0원 파일이 안 왔는데도 “이번 달 0원” 표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졌다

전부 에러 없이 일어난 일입니다. 프로그램은 자기가 틀렸다는 걸 모릅니다. 시키는 대로 했으니까요.

여기서 알게 된 게 하나 있습니다. AI는 “어떻게 만드는가”를 압니다. 그런데 “무엇이 틀리면 큰일인가”는 모릅니다. 그건 그 일을 직접 해본 사람만 압니다. 취소 건의 부호가 왜 중요한지는 정산을 손으로 맞춰본 사람이 압니다.

그리고 이 표는 세무 담당자에게 갑니다. 틀린 채로.

자동화 프로그램이 만든 표와 손으로 만든 표의 숫자가 맞지 않는 상황

만들기 전에 했어야 할 일

다 만들고 나서 확인한 게 있습니다. 순서가 틀렸습니다.

그 전에 밝혀둘 것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자동화를 대신 만들어 드리는 일을 합니다. 그러니 “만들지 마세요”라고 말하기 어려운 자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더 분명히 적습니다.

이미 무료로 되는 일이었는지부터 봤어야 했습니다.

찾아보니 소상공인 매출을 모아 보여주는 서비스가 이미 있었습니다. 카드사와 배달앱을 연결해 매출을 한 화면에 모아주고, 기본 기능은 무료입니다. 운영사가 공식 사이트에 밝힌 이용 사업장은 2026년 6월 기준 150만 곳이 넘습니다. 채널별 손익을 계산해주는 엑셀 서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다만 무료의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 서비스도 2025년 7월에 일부 조회 기능을 유료로 옮겼습니다. 지금 공짜라는 사실보다, 지금 공짜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보셔야 합니다.

이미 무료로 되는 일이면 만들지 마세요. 만들어 드리고 돈을 받아도, 몇 달 뒤에 그 사실을 알게 되면 그 관계는 거기서 끝납니다.

제가 만든 것의 절반은 이미 공짜로 있었습니다. 만들기 전에 30분만 검색했으면 알았을 일입니다.

그렇다고 전부 헛일은 아니었습니다. 무료 서비스가 해주지 않는 자리가 남아 있었거든요. 우리 가게만 쓰는 계산식, 예를 들면 인건비를 메뉴별로 나누는 방식이나 본사에 내는 서식 같은 것들입니다. 그건 남이 만든 화면에 없습니다. 있을 수가 없습니다. 가게마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판단 기준이 이렇게 정리됐습니다.

이런 일이면
많은 가게가 똑같이 하는 일 이미 무료나 저가로 있을 확률이 높다. 먼저 찾아본다
우리 가게만의 규칙이 들어가는 일 남이 만들어둔 것이 없다. 만들 값어치가 있다

만들지 않는 것도 결정입니다. 사람을 더 뽑을지 자동화할지 저울질하는 기준은 사람을 한 명 더 뽑을까요, 그 돈으로 자동화할까요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업무 자동화를 직접 만들지 이미 있는 것을 쓸지 판단하는 갈림길

자주 받는 질문

그래서 직접 만들지 말라는 뜻인가요?

아닙니다.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쉬워졌습니다. 다만 만든 다음이 문제입니다. 결과를 손으로 만든 것과 맞춰볼 방법이 없으면, 틀린 줄 모르고 계속 씁니다. 돈이 오가는 계산이면 특히 그렇습니다.

맞는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지난달 것을 프로그램에 넣어 보고, 이미 손으로 만들어 둔 표와 원 단위까지 맞춰봅니다. 한 원이라도 다르면 원인을 찾을 때까지 쓰지 않습니다.

솔직히 적자면 저는 아직 이 대조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샘플로 연습하다 부호 문제를 찾은 단계까지 왔고, 진짜 정산 파일로 원 단위를 맞추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실제 장부에 쓰지 않습니다.

어떤 일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틀려도 바로 티가 나는 일부터가 좋습니다. 파일 이름 바꾸기, 자료 모아서 한 장으로 만들기 같은 것들입니다. 결과가 눈에 보이니 틀리면 압니다. 반대로 돈 계산과 고객에게 나가는 메시지는 나중으로 미루는 편이 낫습니다. 틀려도 조용하고, 알았을 땐 이미 나간 뒤입니다. 자료 정리부터 손대는 순서는 오전을 잡아먹는 자료 정리, 순서를 거꾸로 뒤집으세요에 있습니다.

만들다 막히면 어떻게 하나요?

막히는 지점은 대개 코드가 아닙니다. “이 숫자가 맞는지 어떻게 아는가”입니다. 그 판단 기준을 세우는 게 어려우면, 그때가 물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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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시켜 만든 프로그램은 잘 돌아갔습니다. 파일을 읽고, 계산하고, 매주 저절로 실행됐습니다. 에러도 없었습니다.

틀린 건 숫자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에러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직접 만들어보시는 걸 권합니다. 대신 만든 다음에 꼭 맞춰보세요. 지난달 것을 넣어서, 이미 알고 있는 답과 같은지. 그 대조를 통과하면 그때부터 믿고 쓰시면 됩니다.

맞춰볼 기준을 세우는 데서 막히신다면, 어떤 업무가 그 대조가 가능한 일인지부터 같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