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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사례를 아무리 찾아봐도, 우리 같은 회사는 안 나옵니다

goofy·2026. 8. 24.·8분 읽기

공개 사례가 대기업에 쏠린 건 홍보가 아니라 실제 쏠림입니다.

조사에서 AI가 가장 많이 붙은 자리는 제품개발이었습니다.

사례에서 베낄 것은 업종이 아니라 업무의 모양입니다.

AI 도입 사례를 찾아봤지만 우리 규모의 사례는 비어 있는 모습

조사가 말하는 ‘실제로 붙인 자리’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연구원이 2024년 6월 국내 기업 500곳의 IT·전략기획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2024년 8월 발표). AI가 필요하다고 답한 곳은 78.4%였지만, 실제로 쓰고 있다고 답한 곳은 30.6%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30.6%라는 숫자가 아닙니다. 쓰고 있다고 답한 회사들이 어디에 붙였는가입니다.

어디에 붙였나 비율
제품개발 66.7%
IT 업무(보안·데이터 분석 등) 33.3%
품질 및 생산관리 22.2%
고객서비스 관리 13.7%

네 항목을 더하면 100%가 넘습니다. 한 회사가 여러 자리에 동시에 붙였습니다.

제품개발이 3분의 2입니다. 검색해서 나오는 사례가 연구소와 공장 이야기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AI 활용 분야가 제품개발에 쏠리고 고객서비스가 가장 낮은 분포

가장 낮은 칸이 눈에 띕니다

고객서비스 관리는 13.7%로 네 칸 중 가장 낮습니다. 문의 응대와 고객 연락은 작은 회사가 시간을 가장 많이 뺏기는 자리인데, 사례는 거기서 가장 적게 나옵니다.

낮은 숫자를 “그 업무에는 AI가 안 붙는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사례를 만들고 공개할 여력이 있는 회사들이 그 칸을 덜 건드렸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없는 것과 안 되는 것은 다릅니다.

사례 속 회사와 우리 회사는 출발선이 다릅니다

같은 조사에서 규모별 활용률은 이렇게 갈렸습니다. 대기업 48.8%, 중견기업 30.1%, 중소기업 28.7%.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20.1%포인트입니다.

그런데 더 벌어진 축이 따로 있습니다. 수도권 40.4%, 비수도권 17.9%. 22.5%포인트 차이로, 규모보다 지역이 더 크게 갈렸습니다.

회사 크기만 놓고 “우리는 작아서 아직”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대목입니다. 사람을 구하기 쉬운지, 주변에 먼저 해본 회사가 있는지 같은 조건이 규모만큼, 혹은 그보다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AI 도입 사례 속 회사와 중소기업의 출발 조건 차이

기대하는 것과 실제로 나온 것이 다릅니다

AI를 쓰고 있다는 회사들이 실제로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이 나왔나 비율
시간 단축 45.8%
비용절감 22.2%
생산량 증가 11.8%

역시 AI를 쓰고 있다고 답한 기업들의 응답입니다.

시간 단축이 절반 가까이인데, 비용절감은 그 절반입니다. 시간이 줄었다고 해서 돈이 바로 줄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사람을 줄이지 않는 한 인건비는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어디에 다시 쓰느냐가 남는 문제로 넘어옵니다.

해외 조사에서도 같은 방향이 나옵니다. 딜로이트가 2025년 8~9월 24개국 임원급 3,235명에게 물은 조사에서, AI로 얻은 것 1위는 생산성·효율 개선(66%)이었고 비용 절감은 40%였습니다. 눈에 띄는 건 매출입니다. 매출 증가를 실제로 얻었다고 답한 곳은 20%인데, 앞으로 매출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곳은 74%였습니다.

기대와 결과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칸이 매출입니다. 사례를 읽고 “그래서 매출이 얼마나 올랐대?”를 먼저 물으면, 답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사례에서 무엇을 베끼나

기업 AI 활용 사례를 모아 놓고 업종부터 맞춰 보는 일은 생각보다 소득이 적습니다. 같은 제조업이라도 라인 구성이 다르고, 같은 도소매라도 주문이 들어오는 경로가 다릅니다.

대신 업무의 모양을 봅니다. 사례에 나온 그 업무가 이 세 가지에 해당하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 같은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가
  • 처리 규칙을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 결과가 틀렸을 때 사람이 알아챌 수 있는가
AI 도입 사례에서 옮길 수 있는 업무인지 판별하는 세 가지 조건

셋 다 해당하면 업종이 달라도 옮겨집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같은 업종의 사례라도 그대로 오지 않습니다. 회의록 정리나 자료 취합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동화되는 이유가 이 세 조건을 전부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앞의 표에서 가장 낮았던 고객서비스 칸을 이 기준으로 다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문의를 분류하고 담당자에게 넘기는 일은 반복되고, 규칙을 말로 설명할 수 있고, 잘못 분류되면 담당자가 바로 알아챕니다. 사례가 적은 칸이지 조건이 안 맞는 칸이 아닙니다.

이럴 땐 따라 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제품개발 사례는 신중하게 보는 편이 좋습니다. 그 66.7%를 만든 회사들에는 대개 전담 인력과 정리된 데이터가 이미 있었습니다. 같은 결과를 기대하고 시작하면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에서 멈추기 쉽습니다.

조사에서 AI를 쓰지 않는다고 답한 회사들이 꼽은 첫 번째 이유도 기술·인프라 부족(34.6%)이었습니다. 비용 부담(23.1%)보다 앞섰습니다. 돈보다 준비가 먼저 걸립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같은 문항에서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답이 21.9%였습니다. 지금 이 칸에 서 있다면 사례를 더 읽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남의 사례가 아니라 이번 달에 우리 팀이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일을 먼저 적어보는 편이 빠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우리 업종 사례가 안 보이면 아직 이른 걸까요?

아닙니다. 조사에서 활용률이 낮게 나온 칸은 그 업무에 AI가 안 맞는 칸이 아니라, 사례를 공개할 여력이 있는 회사들이 덜 건드린 칸에 가깝습니다. 업종 대신 업무의 모양(반복 · 설명 가능한 규칙 · 오류 확인 가능)으로 판단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사례에 나온 도구를 그대로 쓰면 되나요?

도구보다 그 회사가 그 도구를 어디에 붙였는지가 중요합니다. 같은 도구라도 붙인 자리가 다르면 결과가 다릅니다. 사례를 읽을 때 도구 이름은 뒤로 미루고, 어떤 업무의 어느 단계를 대체했는지부터 찾는 것을 권합니다.

2024년 6월 조사인데 지금도 유효한가요?

활용률 숫자는 지금 다시 조사하면 달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 글이 쓰는 것은 절대 수치가 아니라 칸 사이의 순서입니다. 제품개발이 앞서고 고객서비스가 뒤에 오는 구도, 시간 단축이 비용절감보다 크게 나오는 구도는 2025년 하반기에 조사된 딜로이트 자료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수치를 인용하실 때는 조사 시점을 함께 밝히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례를 찾는 일은 대개 “우리도 해도 되나”를 확인하려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조사를 보면, 사례가 많은 칸은 그 업무가 쉬워서가 아니라 그 업무를 가진 회사가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비교 대상을 회사 크기에서 업무 모양으로 옮기면, 사례가 없는 칸에서도 시작할 자리가 보입니다.

숫자가 조사마다 왜 그렇게 다른지는 절반이 AI를 쓴다는데, 주변엔 왜 한 곳도 없을까요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회사 규모를 기준으로 붙일 자리를 찾고 있다면 우리 회사는 아직 작은데, AI를 붙일 데가 있을까요가, 위에서 가장 낮게 나온 고객서비스 칸이 궁금하다면 챗봇을 달았는데 문의는 왜 그대로일까요가 이어집니다.

사례 대신 직접 해본 기록이 보고 싶다면 글 쓸 시간이 없어서, 글 쓰는 일을 자동화해봤습니다를 권합니다. 되는 부분과 안 되는 부분을 그대로 적어뒀습니다.

AI 도입 사례, 500개사 조사로 본 실제 활용 업무 | 엉뚱한 AI 노트